부디, 슬퍼하지 말자.

꽃을 탓했고 바람을 탓했다.

마음이 반 뼘정도 허공에 붕 뜨는 것 같다.

그건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라는 말이
내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올 때
서른 다섯.
슬픔의 무게도 잴 수 있을 것 같은 나이.

그리곤 별이 뜨겠지.

잠시 산보 나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죄를 솎아내고 나면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제발, 그러할 것이다.

오늘 아침 베란다에 내놓은 선인장 화분이 말라 있는 걸 보았어.
선인장 속에 들어잇는 물방울들이 모두 빠져나와버린 거야.
영혼이 증발한 거지.

내일부터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그건 정말 다행이야.

한밤중 가스레인지에서 피어나는 푸른 불꽃들마저 외로운데,

삼년전 소식이끊긴 네가 사랑니처럼 궁금하다.

목련의 피고 짐은 사랑과 꼭 닮았더라.
둑둑 꽃망울 트트리며 환하게 피다가
검은 꽃잎 낭자하게 뿌려놓고 지듯
사랑도 그러하더라.
필 때는 담장 너머 아득한 거리에서 피다가
질 때는 발에 질끈 밞히며 걸음을 서성이게 하더라.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꽃이 피었다.

서른 여섯,
잠시 낮잠을 잔 것 같은데
어느 이름 모를 역 앞에 나는 망연히 서 있는 것이다.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떠난 지 오래.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무심한 표정으로 다음 기차는 언제 올 지 로른단다.
서른 다섯 이후의 삶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바람에 두근거렸다.




 - 돌아가는 길 도로 위에서 어지러이 바람에 날리는 분홍 잎들을 보며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이 요즘들어 참 구체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에
    구체적인 슬픔이란 곳을 되짚어 말해주니 그런 것도 같다하던 서른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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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here in New York + 10 pieces 1998-2001

아름다웠던만큼 슬펐던,
슬픈 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던 날들.
그 때와 많이도 멀어진 지금,
어떻게 보면 나는 여전히 제자리다.     - 서문 中


Andante
- 슬픈, 고장 난 소리


Counting Pulses


The Rat


Matchbox


A glass of victory
- 간발의 차이


The walls of our world
- 의도조차 없는 눈부심
- 햇살의 무게로 읊는 시
- 샌드라 확실해요? 토요일에는 비가 안 왔잖아요
   선생님한테는 그랬을지도
   내겐 항상 비가 와요
   하늘이 부서지고 유리 조각들이 쏟아져요
   아플 것 같군요
   아픈 건 아름다워요
- 구해줘
   구해줄게요
   너무 늦은 절망과 이른,


Hate Crime


Coup de Grace
-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면
   가정보다는 가구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 아쉬움도 슬픔도 아닌, 적당한 불편함


Strawberry Fields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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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부부 ]

- 여자와 산다는 건 어떤 거야?
- 눈 앞에서 일상적인,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소한 일이나
  너무도 하찮은 일에 대해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자면
  기묘한 소외감이 느껴져.
  아쓰코와 있으면 그런 것만을 중요시하며 살아가는
  여자라는 개념 바로 그 자체와 함께 있는 느낌이야.

언제인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머리맡을 스쳐 지나갔던 어머니의 발이나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죽어 울고 있던 어린 사촌의 뒷모습과 같은 것
응시에 의해서 각인된 영상
이물질로서의 타자의 친근감이나 따뜻함으로 인한 가슴 설레임과 같은 감촉이다.



[ 도마뱀 ]

하지만 살아있으면 핸디캡이 있어도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
적어도. 대단한 건 아니지만.



[ 김치꿈 ]

꾸벅꾸벅 졸며 나는 생각했다.
같은 음식, 같은 냄새, 같은 방에 포함된 정보가 꾸게 한 똑같은 꿈
제각기 다른 몸을 가지면서 공유할 수 있는 것, 생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 피와 물 ]

- 좋은 편지잖아
비디오를 보느라 이쪽을 보지도 않고 아키라가 말했기 떄문에,
- 읽었어?
하고 묻자,
- 아니, 읽고 있는 네 얼굴을 보고 있었지
하고 대답했다.






예전에 읽었던 바나나의 단편집, 다시 읽다.
김치꿈, 꾸고싶다.
아키라와 같은 딱딱한 유연함,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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